봉선생 수련후기
가끔 혼밥을 한다.
혼밥을 하는 시간은 몇 안 되는 ‘온전히 나의 것’ 중 하나다.
살다 보면 마음대로 되는 일들이 그리 많지 않다.
주위 사람들과 얘기를 나눠 보면 늘 그런 것들이 걱정이다.
가족들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일들을 하고, 했으면 좋겠다는 것들을 하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직장 일 또한 마찬가지이다.
마음대로 되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
따지고 보면, 지금 눈앞의 해장국만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없을 수 밖에.
온전한 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 가족 혹은 직장의 누군가가 나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저 사람은 이랬으면 좋겠는데,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런 말을 잘 못 듣고 있다면, 내가 잘살고 있어서가 아니라, 성격이 드러워서 차마 나에게 말하지 못한 탓일 지도 모른다.
우리는 늘 주변을 보면서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일 테니까.
다만 그런 주위의 조언들 모두 받아들이고 살 것 같지는 않다.
나는 나의 것이니까.
그래서 다른 이들 삶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심하게 불편할 이유가 없다.
내 것이 아니니까.
지금 먹는 뼈해장국처럼 야들야들 내 맘대로 찍찍 짖을 수 있는 것이 지금 내 눈 앞에 있다는 것은 어쩌면 감사한 일이다.
세상에 온전한 내 것이라는 것이 그리 많지 않으니까.
생각해 보면, 세상에 온전한 내 것이라는 것이 별로 없다.
집, 차, 옷, 신발 등은 강탈당할 수도 있고 천재지변에 날아갈 수도 있다.
어쩌면 정말 온전한 내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내 몸뚱아리 하나 뿐일 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 몸뚱아리는 의외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쉽게 피곤해지고, 쉽게 다치고, 쉽게 늙어간다.
아이키도를 해보면서 알았다.
참으로 내 몸뚱아리 하나가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살을 빼고 싶으면 먹지 않으면 된다.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면 되는데 이것도 어렵다.
뱃살을 빼고 싶어서 매일 다리 들기를 하는데, 이것을 빼먹지 않기도 어렵다.
아이키도에서는 힘을 빼라고 말한다.
상대가 내 손목을 잡아도, 내 머리를 잡고 던져도 힘을 빼고 부드럽게 받아주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그것이 어렵다.
하지 않는다는 것이 어렵다.
때로는 한 걸음 비켜서고, 제 자리에서 허리만 돌리면 된다고 하는데 그것 또한 어렵다.
올바른 동작 하나를 익히는 것이 그렇게 어렵고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하는 것도 어렵고, 하지 않는 것도 어렵다.
이렇게 온전히 내 것인 몸뚱아리 하나 다스리고 길들이기가 참으로 어렵다.
아이키도를 배울수록 겸손해진다.
초심자와 손을 잡아보면, 너무 쉽게 기술을 걸 수도 있고 기술을 받을 수 있는 그런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나 좀 늘었나?’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금방 알게 된다.
조금만 벅찬 상대를 만나면 그간 배운 것이 아무 것도 통하지 않는 그런 상황에 부딪친다. 때로는 당황스러운 반응에 그간 배운 모든 것을 잊어 버린 채 허둥대기도 한다.
아직 나는 내 몸 하나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고 있다.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정신줄을 놓기도 하니 마음과 정신 또한 다스리지 못하고 있는 게다.
다른 사람을 보며 조언이랍시고 날리는 것도 웃기는 일이고, 내 것이 아닌 것들이 내 맘에 들지 않는다고 불평할 일도 아니다. 수련에 열심히 참여하고 내 몸 다스리는 것부터 챙겨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