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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키도를 배우고 내가 달라진 것은<신촌본부도장 정종혁>


올해가 지나면 아이키도를 시작한 지 만 10년이 됩니다. 무엇 하나 제대로 되지 않고 선배들의 기술이 신기하기만 할 때, 10년을 하면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했었습니다. 확실히 그 때와 비교하면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첫째로 달라진 건 기술입니다.
참 오랫동안 헤맸습니다. 어떤 기술은 조금 되고 어떤 기술은 잘 안되었습니다. 좀 된다고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 기술도 시간이 지나면 잘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하는 거구나' 알았다고 생각했던 것도 또 시간이 지나면 '이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연습을 하다 보면 어떤 느낌이 오고 그 느낌 하나를 잡고 계속하다 보면 조금씩 바뀌는 식이었습니다.

그 느낌이 뭔지 나름 해석을 해보았지만 언제나 아리송했습니다. 하다 보면 기술 간에 뭔가 비슷한 부분들이 있는데 그게 뭔지 설명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한 1년 전부터 조금씩 정리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또 아니었나보다 할 수도 있겠지만, 예전엔 뿌연 안개 속에서 곳곳에 잠깐씩 안개가 걷혔다 다시 덮는 느낌이라면, 이번에는 한두 지점부터 시작해 안개가 걷혀가는 느낌입니다.

수련 시간에 했던 기술들이나 풀리지 않았던 기술들에 대해 고민하다보면 하나씩 나름의 해답에 다가가는 느낌입니다. 여전히 또 아니라고 실망할 때도 있지만 생각대로 되서 기뻐할 때가 더 많아졌다. 예전에 들었던 선생님과 선배들의 말씀이 이런 뜻이구나 하고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것들도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최근 아이키도 수련이 더 즐거워졌습니다. 배우고 생각하고 연습하는 모든 과정이 너무 즐겁습니다. 



두번째로 달라진 것은 위치입니다.
처음 아이키도를 시작했을 때 많은 선배들이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내가 어느 정도 수련을 한다면 저 선배만큼은 할 거고, 더 하면 저 선배만큼, 또 계속하면 저 선배만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목표를 잡아 나갔습니다. 선배들은 내 마음 속 이정표가 되어주었습니다. 제가 기술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선생님들만 보고 갔다면 과연 내가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막연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러 선배들이 있어서 언젠가는 저렇게 될 수 있겠다는 일종의 확신을 갖고 수련할 수 있었습니다. 선배들과 연습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해가 가면서 도움이 되는 느낌을 주는 선배도 바뀌었습니다. 아마도 수련이 쌓이면서 나도 변하고 선배도 변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다 몇 년 전 문득 선배가 얼마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내 뒤로 후배가 늘어나 앞으로 이동한 것도 있겠지만, 내 앞의 선배가 줄어서 앞으로 이동한 것이기도 합니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더 심각해졌습니다. 코로나 전에는 그래도 중간 그룹이라는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은 확실히 선배 그룹이 되어버렸습니다. 각자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계속 같이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참 슬픕니다. 그렇다보니 요즘은 함께 수련하는 선배의 소중함을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습니다. 앞서가던 선배들이 어떤 마음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또 나는 후배들에게 어떤 선배여야 할까 고민하게 됩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맨 앞에서 이끌어 주시고, 일본에서 선생님을 초청해서 소개해주시는 윤대현 선생님께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달라진 것은 성격입니다.
윤대현 선생님은 아이키도를 만나고 성격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하셨습니다. 처음 뵈었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 확실히 유해지신 느낌입니다. 선배들 이야기 들어보면 과거의 선생님은 또 한 차원 다른 분이셨던 거 같습니다. 솔직히 그 때 뵈었으면 아이키도를 지금까지 할 수 있었을 지 의문입니다. 저는 아이키도가 그런 면에서 스스로에게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종종 저에게 부드러워졌다고 하는 도우들이 있는데, 원래 나를 잘 모르고 친해져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라고 여겼습니다. 그러다 몇 년 전에 길에서 우연히 옛 직장동료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나를 보고 예전보다 표정이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했습니다. 처음엔 '뭐지'라고 생각이 들었다가, 스트레스 받으며 일하던 시절 직장에서의 표정과 일을 그만두고 마음 편히 쉬는 평소의 표정을 비교하면 어쩌면 당연한 거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강아지와 산책 중에 가벼운 시비가 붙었습니다. 제일 먼저 머리 속에 들었던 생각이 그냥 "아이키도인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였습니다. 그런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부지불식간에 아이키도 정신이 내게 영향을 주고 있었던 것인가? 어쩌면 나도 모르는 사이 아이키도가 나의 성격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년 전 아이키도를 시작하고 매일 즐겁게 수련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매일 정진하려고 합니다. 10년 후에는 또 어떤 모습일지 기대됩니다. 


2021, 8,30 

신촌본부도장 정종혁